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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雲流水
글쓴이 : 로맨스그레이     조회 : 864     작성일 : 2017-05-30 22:43:31
봄봄 IP : da96a7cae3fb309

낚시라는 취미를 갖고부터
역마살낀 내 삶의 한가운데는 한낮의 수은주가
30도를 웃도는 이맘때면 몸이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건 머리속은 늘 한때 그곳에서 대를 담구었던
어느 산골의 조그만 둠벙이나 몇길은 됨직한
짙푸른 물이 넘실거리며 무너미로 졸졸 흘러 목마른 논배미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저수지 그늘진 나무밑 붕어가 노닐만한 물속
어느 곳을 노리는 그런 달뜬 마음이 되어 버린다.

94년 그해.
80년만에 가뭄인가 기상관측후 최대가뭄인가 최고 더윈가하는
예보가 가뭄에 갈라지는 논밭을 바라보며 하늘을 원망하던
농부들의 애타는 심정이 연일 터져 나왔던 그때

청도 구산지 수심20미터를 육박하는 그 깊디 깊은 못이 최고 깊은
곳이 2.5미터정도를 유지하였던 때
첫 투척한 릴에 걸려나온 38.5cm붕어의 너무 멋드러진 자태를
남기려고 어탁을 해 볼량으로 시내 낚시방을 돌아다니다 집에 도착하니
그런 괴기는 힘이 펄펄할때 고아야 몸에 좋다는 윗층 할머니의
말을 들은 아내가 곰솥에 집어 넣어버려 허탈한 마음을 그냥
웃고 넘긴 그 후로 IMF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꾼들로 하여서이겠지만
그 이전 매년 많게는 10여수 적어도 3-4수의 월척과 만났던
나는 94년 그 날이후는 월척은 고사하고
하루저녁 밤낚시에 때글 때글한 씨알로
다섯마리 이상을 잡은 기억이 없다.

낚시로 붕어를 잡는다는 애초의 생각으로
낚시라는 취미를 생각하였더라면 낚시대를 부러뜨렸던지
아니면 친구에게 던져주어버렸을지도 모르리라
그러나 낚시를 떠나는 내 마음의 저변에는 물 맑은 저수지의
당찬 힘을 과시하는 붕어와의 한판승부도 기대하겠지만
그 보다는 변함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뭔가를 기대하고 훌쩍 떠나는
행운유수의 그 움직이고 흐르는 마음을 닮았음직한
내 천성에서 기인함이 더 크리라

지난 조행길 3박4일에서도 동행한 친구들과 3명이서 여기 저기
흘린 경비라면 최고로 이름난 횟집의 가장 맛난 음식으로
먹고도 남을 그런 투자와 수고로 빈손으로 돌아와야하는
결과를 볼짝시면
붕어를 잡고 못잡는 자체로 낚시라는 취미를 논한다면
글쎄다.

그래서 고기 잡는 재미 자체를 두고 처음 한동안 낚시에
미쳐 있었던 친구 몇몇은 이런 저런 이유로 낚시를 접었다
애초에 목적 이전에 훌쩍 길떠나는 역마살낀 내 천성이
낚시라는 인간의 원초적 포획본능과 맞아떨어졌기에
큰 시간적 금전적 댓가를 치르고도 빈망태기를 들고 헛헛한
마음으로
귀가를 해야만 했던 지난 10년이 넘는 동안의 수 많은
조행을 경험하면서도
낚시대를 부러뜨리지도 던지지도 못한 낚시라는 취미의
깊은 바닥에는 행운유수,그 떠돌고 흐르고 싶은 태생의 뿌리 깊음이
또아리를 틀고 있음이리라
(2009년 신춘/월척자유게시판에 올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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