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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고 잘 살거래이.....
글쓴이 : 허경천     조회 : 489     작성일 : 2022-05-16 07:48:34
삶이 참 곤고하고 팍팍하던
십수년전
어머니 연세는 그때 아흔을
넘기셨다.

그해도 저물어 가는 12월 어느날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야, 야 너그 잘있나 궁금해서 전화 했다,전화 몇번했는데 잘 안되더라"
하시면서 "시간되마 와서 뭐 좀 가져 가거라"

그 말을 듣고 지난해 이맘때쯤 생각이 났다,
그때도
"야들아,배추랑,파랑 좀 있는데 와서 가져 가거라.
이게 마지막이지 싶다,또 농사 짓겠나" 하신 말씀이.......

벌써 한해가 잦아졌나?

지난해 11월말인가 고향을 들렸다 나오면서 동기생 장군진급을 축하하는
면사무소 초입에 프래카드가 내기억에 선명하다,
소령으로 군생활을 마친 내게 그 후배동기생의 장군진급 프래카드는
내게 그만큼 충격이 컸던것일게다.그러고는 어머니 전화를
잊고 있었는데 직장을
다니던 집시람이 토요일 오후에
내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응,밖에 나와 있는데"
"시골 어머니 뵈러 갈까?"
"그러지"
여행 좋아하는 아내가 드라이버하고 싶은 생각과 어머니께 가면 늘
뭔가 좋은 걸 주시던데 하는 기다림이 배추 몇포기와 파보다는
왕복 교통비가 훨씬 더 드는데하는 비교에서 시골행이 우위를 차지하기에
짜디 짠 내 아내가 시골행 드라이브를 하고싶어서
그러는 것일게다
그런 조그만 삶의 기쁨과 기대하나를 날려버리지 않는게 배려다 싶어서
퇴근길의 아내를 마중하여 태우고는 고향으로 향하였다

낚시 시즌이면 고향의 좋은 낚시터에서 하루밤 밤낚시를 즐길터이지만
낚시는 접어서 창고에 보관중이어서 포기하여야하고
대구로 올라오는 길 양옆 저수지에 음지쪽 소류지는 살얼음이 얼었고
양지쪽은 녹아있는 양이 눈에 들어와 낚시대를 챙겨왔더래도 낚시는
어려웠겠단 생각을 하고 언제 봐도 정겨운 고향집을 들어서면서
집사람이 반가운 마음으로 "어머니"라고 크게 부르면서 방문을 여니
할머니 네분이서 화투를 치다가 "아이구!, 반가운 손님들이 오네,우리는
이제 일어나야 겠네" 하시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신다

올 봄에 고향을 들렸을때 어머니가 "오래 사는것은 고통이야,여기 저기
아프고,첫째로 사람이 그리워서...... 안 아프고 기력있을땐 찾아오던
사람들이 이젠 안 찾아와"하시던 말씀이 기억나 찾아오신 할머니들이
얼마나 반가운지
"아니,왜들 일어나십니까? 앉아서 더 노세요,저희들이 맛있는 거
사 왔으니 드시고 더 노세요"
하고 일어서시는 분들을 억지로 다시 붙들어 앉혔다
어머니 드린다고 마트에서 커다란 비닐봉지에 사 담은 과자랑 빵들을
한방 풀어 놓고서는 이것 저것 뜯어서 드시라고 내 놓으니
사탕은 이가 없어서 못 드신다는 둥 귀한것인데 나중에 혼자 드시라는둥
사양하시다가 하나 둘씩 받아 드신다
많은 양의 과자와 빵들을 보고 어머니가
아내를 보면서"네가 힘들게 돈 벌어서 뭐 할라꼬 이렇게 많이 샀노,반찬꺼리 하나도 없는데 소고기나 좀 사오지"
"어머니,소고기도 사 왔습니다,걱정마세요"
"그래,잘했다"
"뭘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이것 저것 여러 종류를 사 왔으니
어머니 두고 두고 잡수세요"라는 아내말에
"이 다음엔 커피를 사오너라"
"예? 어머니 커피요?"
"그래,애비 준다고 한통씩 사놓은 커피 몇달이 가도 놓여 있어서
그거 한봉지씩 타 묵다가 이제 밥 묵고 커피 안 묵으마 허전해"
"어머니,잘 되셨습니다 좋아하시는 게 생기셨다니,
커피가 건강에 나쁘다고 하지만 건강 생각해서 커피 꺼려하지 마시고 드시고
몸에 부대끼지 않은 음식은 뭐든 많이 드세요"
하니 "그래,이 나이에 맛 있으마 됐지,나쁘다고 겁날거 없다"
그중 한 분은 나와 초등학교 동창인 동갑내기 친구의 어머니
나를 보고 "아이구,양반은 아직 젊었다.얼굴에 주름살이 하나도 없네
우리 중걸이(내친구 이름)는 얼굴이 쪼글 쪼글한데. 아이구야!
하신다,중걸이라는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경 유가족으로
한전에 입사하여 근무를 하고 있길래 "중걸이는 봉급도 많이 받고 아이들도
공부 다 들 잘한다면서요" 하니 "그래,딸애는 대학졸업하고 은행에
댕기고 둘째 머슴아는 성균관대학교에 다닌다"
하니 옆에 그중 나이 젊은 할머니 한분도 아들 자랑을 하신다

"우리 수열이는 농협지점장으로 문경에 있다,며느리하고 아아들은
대구에 있고,일주일에 한번씩 내려오고 하지럴........
그렇게 한시간여를 앉아 이야기를 하시다가
아들,며느리 왔으니 우리는 이제 일어납시다 하면서 한분,두분 일어나신다
나가시는 분들에게 "어머니께 놀러 자주 오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내마음이 어느때 보다 간절함은 나이 들고 혼자된 외로움이 얼마나
사무칠까하는 그래서 그 친구들과 시골의 어머니의 손길을 기다리는
집안 채마밭의 푸성귀와 그을음 가득한 부엌,메주장 매달린 안방을
놓기 싫어 편하게 지내셔도 될 대구 큰아들의 집을 마다하고
혼자서 시골생활을 하시는 어머니의 가장 큰 낙인 친구분들이
자주 자주 찾으셔서 외로운 어머니의 좋은 벗이 되어주시길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면서 몇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소고기 국을 끓여 소반에 저녁상을 놓고 세식구가 저녁을 먹고
집사람은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덥고 누워있다
"큰 아는 뭐하노?""공부하고 있지요"
"공부만 하마 되나,운동도 시키고 해라"
묵묵부답인 내게 이내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그놈만 군대서 그냥 있어도 내가 걱정을 안할낄데
너그가 운이 없어서 그렇다"너그만 생각하마 내가 가슴이 무너진다"
숙연해진 우리 부부
"어머니,저희 걱정은 하지 마세요,우리 지금 행복해요"라고
애교띈 웃음을 짖는 아내를 보고
"그래,행복해야지,암.서로 사랑하고,의논시리 살아야지"
이제 내려 갈랍니다하고 일어서는
우리 부부를 뒤따라 나서서는
운전대에 앉아 시동을 거는 나를 보고
"야,야 문 한번 열어봐라,손 한번 더 잡아보자"
하고 문을 두드리는 어머니를 보고
아내가 "어머니 꼬옥 한번 안아주세요"한다

내려서 어머니를 안는데 아내도 다가와 같이 어머니를 안는다
"어머니,저희 걱정 마세요 저희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로 사랑하고 잘 살거래이"
굽은 모습으로 어두움이 깔리는 집 앞에서 손을 저으시며
떠날줄을 모르는 구순의 어머니 가슴에 오십중반을 넘긴
막내아들은 무엇일런가?

아버지의 가슴으로는 헤아릴수 없는, 어머니의 그 무한한
사랑으로 만 답을 가늠할수 있는 것 아닐까
"어머니,우리 부부 사랑하면서 참하게 살겠습니다.오래 오래 사세요
그리고 내년 이맘때도 또 저희를 불러 주세요"
"예! 어머니......"

***그후 어머니는 아흔셋을 일기로 2008년 하늘나라로
가셨고 "어머니,우리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라고
하였던 내 목숨과도 바꾼다고 하였던
아내도 64살의 어머니보다도 30년이나
더 짧은 나이로 삶을 마감한 지금 우연히 이글을 마주한
나이가 아홉살이나 많은 남편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목놓아 통곡하였다***
조강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2-05-16 09:51:17
박채운
가슴이 적적해집니다. 두 분 모두 좋은 곳 가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022-05-19 19:10:48
정종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2-05-21 08: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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