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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멜로듸(에피소드2)
글쓴이 : 로맨스그레이     조회 : 940     작성일 : 2018-07-29 19:00:32
음악의 좋은 점은 참으로 많다.그중의 하나가
옛 듣던 노래나 곡을 들으면 그 곡들을 들었던
날로 데려다 준다는 것이다.

추억의 호랑이 쟈켓 하나로 나는 요즈음
전자올겐 멜로듸에 푹 빠져있다.

뭣에든 한번 빠지면 올인하는
성격이어서
가장 먼저 빠졌든 취미가 독서였다.

60년대 시골소년에게는 봄이면 들꽃이 흐드러지게
핀 시골길이나 야산을 마냥 뛰다니며
잔대 삐삐(뾰족 뽀족 올라온 기다란 새순을
벗기면 그속에 아주 부드러운 새하얀 솜사탕같은
것이 나오는데 정말 맛 이 있었다)
찔레꽃 새순도 벗겨 먹으면 야들 야들하고 오독 오독
씹히는 맛이 자연이 주는 봄의 최상의 선물이었다.

여름이면 다양한 먹거리가 유혹을 하는데
지금도 친구가 그리 많지 않지만 그때는 혼자서
들과 야산을 돌아 다녔었는데 검정고무신을
신고 검정 무명팬티에 오딧물,감물등 왼갖 물이 들어
얼룩 얼룩해진 런닝쳐츠만 입고 나즈막한 뒷산을
오르면 매미 소리가 자지러지는 이곳 저곳에
새빨간 산딸기가 지천으로 흩어져 있어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산 저산으로 뛰어 다녔던
기억도 피어나고 뒷밭 둑에는 뽕나무에 오디가
까맣게 물들어 높은 곳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 따 먹었고
나지막한 곳은 가지를 휘어잡아 따먹어
입술 손 런닝셔츠까지 새까만 오디물이 들어
어머니에게 혼이 났던 기억도 아스라하다.

여름이면 잠자리 매미를 잡고 지금은 그냥
조그만 웅덩이 지만 어릴때 그때는 정말 크게 느껴지던
저수지에서 수영을 하고
겨울이면 언손을 불며 썰매를 지쳤던
그런 자연과 벗하는 놀이외에 시골소년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오로지 책 읽는 것 밖에 없었다.

우리 고향에는 내가 군에 입대할때였던
1971년도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병으로 입대하여 일반하사로 차출되어 6개월간의 교육을
받고 하사 임용을 하여 고향에 휴가를 나오니
먼지 풀 풀 날리던 신작로가 아스팔트로 4KM가량 쭉 뻗어서
잘 닦여져 있었고 내가 가장 반가웠던 것은
책을 읽으려면 밤에는 석유등잔을 밝혀 그을음이 천장으로
한줄기 피어오르는 가운데 책을 읽어야 했었는데
밝게 전기가 들어와 있었고 입대전 언제나 내 곁에
함께하였던 히타치 카세트테이프 데크에 건전지를 메달지않아도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히타치 카세트데크는 1,5V 대형건전지가 4개 들어갔는데
워낙 많이 듣다보니 한번 갈아넣으면 열흘을 못 견뎠는데
용돈이라곤 없었던 시골소년에게 그것은 굉장한 부담이었고
궁여지책으로 6V짜리 대형 밧데리를 고무줄로 묶어서 들고
다녔는데 전기가 들어온것은 그런 것에서 해방을 의미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놀이문화의 부재에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까지 내 유년기와 청년기를
관통하였던 유일한 취미는 독서였다.

어릴때 시골 우리집 토담을 이웃한 집에
공부를 시골초등학교에 학년에서 늘 1등에서 3등을
하였던 나보다 2년선배가 살고 있었는데
그 형이 면소재지에 사는 친구들이 많아 그 친구들에게서
만화책을 간혹 빌려오곤하였는데
나는 언제나 그 형의 낡은 책 보자기에 만화책이
들어있지않나하고 궁금하여
형이 없으면 살며서 비집어 보곤하였는데
간혹 몇권의 만화책이 책 보자기에 들어있을때의
흥분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만화책으로 시작한 내 독서열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난생 처음 읽은 소설책이
내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아인 김내성씨의
탐정소설 황금박쥐였다. 그 책속의 주인공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문철과 학길
그리고 보물이 숨겨진 장소 황해바다 도깨비섬
벼락맞은 나무속이라는 암호도 생생하고.....

처음 독파한 소설책이 황금박쥐였고 간혹
위인전이나 동화책도 읽었지만 소설책이 훨씬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소설의 깊은 내용을 모르고 권총이나
비수라는 말들이 나오면 왠지 가슴이 두근 거리고
좋아서 어른들이 읽어야할 책 들을 초등하교때 읽곤
하였다. 조금 더 철이 들어 내가 소설책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된 것은 역시 우리 뒷집에 사는
나보다 나이가 열살정도 더 먹은 형이 살고 있었는데

잘 생긴 그형은 추석이나 설날 고향 형님들이
연극무대를 꾸며 연극을 할때는 그 형이 항상
남자주인공을 맡을 정도로 목소리도 좋고 잘 생겼었다.

그 형이 김내성씨의 소설을 많이 읽고
얘기를 자주 들려주었는데 그 형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던 장소는 늘 정해져있었다. 그 형의
4촌동생이 나보다 초등학교 한학년 위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집이 잘 살아 큰방도 넓고
깨끗하였고 양초로 저녁에 불을 밝히곤 하였는데
그 집에 대여섯명 모여 놀면 그 형이 소설책
얘기를 구수하게 해 주었는데 그 얘기들이
김내성씨의 소설 청춘극장,마인,진주탑,애인등의 내용이었는데
그 얘기들을 실제 접할수있었던 때가 고향을
떠나 시골 우리집과 10여키로 떨어진 성주읍내 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형님밑에서 공부를 하면서
청춘극장,애인,마인,진주탑,실락원의 별등등 김내성씨의
소설은 닥치는 데로 읽었었는데

고등학교 국어참고서에 김내성씨는 통속소설에 예술성을
부여한 작가라고 소개된것을 보고 기뻐한 적도 있다.

성주읍내에는 만화방이 한곳 있었는데
그 만화방엔 언제나 담배연기가 자욱했었고 겨울이면 오뎅국 냄새가
풍겼던 만화방에 형들과 어깨를
맞데고 읽었거나 빌려와
읽었던 소설책,

가장 많이 읽었던 소설류가 그 당시
한창 유행하였던 무협소설이었다. 무협소설은
당시 신문연재를 하였던 정협지라는 소설이 있었는데
작가가 김광주씨였던가

정협지보다 가장 많이 읽혔던 소설이 와룡생씨의
군협지 아닐까 생각을 한다.

주인공 서원평은 지금도 이름이 기억이 나고
그 만화방에서 내가 읽었던 만화,소설량은
추럭으로 몇추럭이 될것같다.

당시 무협소설은 중국무협소설과 그 양은 적었지만
일본무협소설도 있었는데 새로 들어오는 무협소설은
읽지 않은게 없었다. 그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 와룡생씨의 무유지 였다.

모든 소설중 김내성씨의 소설을 제외하고
가장 감명깊고 어쩌면 내 삶의 좋은 자양분으로
작용했던 소설은 야마오까 쇼하찌씨의 대망이다.

한권당 2단 400면 가까이 두터운 책이
23권인가로 발행된 이책은 일본의 전국시대 역사를
다룬 대하소설이지만 그 속에는 정말
소설보다 더 소설다운 장면들이 수도 없이 펼쳐졌다

12권까지를 읽다가 군입대를 하였는데
우여곡절끝에 내가 3사관학교에 들어가 사관학교
서점에서 나머지 책들을 구입해서 읽었었고
나중에 군생활하면서도 그 책들이 군도서관같은데서

눈에 띄면 읽곤 하였는데 방대한 분량이지만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로 몇년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걸로 기억이 난다.

그 시기는 달리 하지만 국내 가장 장시간 베스트셀러자리를 지켰던
소설이 동의보감이고 대망이 쌍벽을 이루지 않았나
싶다.지금은 인터넷에 밀려 독서란 취미가 많이 퇴조했지만
내가 청소년기였던 60-70년대 가장 많은 청소년들이
취미란에 자신있게 기록할 수 있었던 취미가 독서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한다

청소년기부터 오디오에 깊이 빠지기 전까지
수없이 읽었던 소설책이 지금 내가 자서전처럼 엮고있는 취미생활 이야기들을 쉽게 풀어놓을 수 있는 어휘를 구사하고 자판을 앞에하면 잠시
망설임없이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을거라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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