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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삼촌의 전축 | ||||||||||||
글쓴이 : 조어삼매 조회 : 2,008 작성일 : 2011-11-02 15:43:12 | ||||||||||||
![]() (Size:292715 Width:740 Height:555) 다들 넉넉하지 못 하게 살았던 60년대 말 혹은 70년대 초, 내 기억으론 11남매의 막둥이로 태어나서 응석받이로 자라 음악에 소질이 있었는지 그냥 겉멋만 들어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경북예술고등학교 작곡과(?) 1회 졸업생이었던 막내삼촌의 방에서 전축이란 것을 처음 접했던 것 같다. Tom Jones의 Keep On Running과 Proud Marry.. 부끄럼이 많아 어느 누구 앞에 나서기 싫어하던 나였지만 6살 아래의 동생과 함께 방 구석에 널브러져 있던 수수빗자루 서로 차지하여 그 신나고 짜릿했던 음악에 맞춰 기타 치는 흉내를 내며 신명을 내곤 하였다. 남진의 "새까만 눈동자의 아가~씨~...."어쩌고 하며 따라 불렀던 기억도 아스라하기만 하다. 주말이면 항상 교복 입은 막내삼촌의 친구들이 식객처럼 점거하여 삼촌방쪽으론 아예 얼씬도 못 하고 평일 하교 후 아무도 없을 때에만 살짝 들어가 혼자 들으며 황홀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삼촌이 갑자기 들이닥치기라도 하면 부리나케 집으로 줄행랑 치곤 했었다. 그 삼촌이 예고 졸업하고 일정한 직업도 없이 룸펜 생활을 하다 무슨 재주로 작곡을 하였는지 취입한 곡이 있었는데 당시 조금 이름 있었던 "안다성"이라는 가수가 부른 "황혼의 트럼펫"이라는 LP의 자켓 뿐만 아니라 그 멜로디까지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가사는 마지막 부분의 "황혼의~트럼펫~~" ㅎㅎ 취입한게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하여튼 그 이후론 그 신나던 탐 죤스와 남진의 노래들은 잘 들을 수 없을 정도였으니..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음반을 취입한 삼촌은 그 이후 대구 시내에서 흑염소 식당, 화랑 등등을 운영하다 말다하며 집안의 "꼴통"역할을 충실히 하다가 쉰을 갓 넘긴 어느 가을 날, 경주 모처에서 벌어진 투계에 참가하였다가 돌아오던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평사휴게소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여 그 자유분방하고도 허무한 인생을 마감하였는데 요즈음 생각해보면 정말 엉뚱하고도 구름같은 삶을 살다 가셨구나..싶다. 이제 삼촌이 가신 연배가 되어 그의 전축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의 취입 LP는 또 얼마나 팔렸는지(아마 라디오 방송 한 번 안 나왔음직한) 알 수는 없지만 이 깊어가는 가을에 저 아득한 곳에 침잠되어 있던 추억을 되살아나게 해주신 로맨스 그레이 형님께 감사드리며 LP7080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아름다운 지난 날들"을 되찾아주시는 일에 보람과 긍지를 가지시고 더불어 형님께도 알찬 수확이 부수되기를 바랍니다. -군위 우정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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